200704: 괌 / 두 번째 워크숍 낯선 천장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는 이들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물건을 사러 갔고, 하늘은 파랬고,
나는 사진을 찍고는 주위에 날아다니는
우리말과 영어와 따갈로그어와 일본어와 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곳엔 각자 다른, 수많은 세계가 있었다.

물건을 사러 간 사람들은 아직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행의 기분이란, 숙소에 무거운 가방을 턱 하니 던져 놓는 그 순간부터
어느새 일상의 건조하고 편안한 기운에 다시 물들어버리기 마련이다.

 

- 그래,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은 없어.

 

좁은 수영장을 왔다갔다하는 내내 나는 생각했다.
사실 그랬다.
나는 여기서도 여느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숨을 쉬고,
크게 다르지 않은 음식들을 먹으며,
비슷한 음악을 듣지 않는가 말이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맞닿은 수영장과 바다의 그것처럼 조금씩 뒤섞여 왔다.
나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다.

 

일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평화로운, 4월의 어느 오후.

 

Take nothing but photographs,

Kill nothing but time,

Leave nothing but footprints,

Take nothing but memories.

 

몹시 더운 4월 초였고, 나는 바다가 보이는 풀장에서 혼자 수영을 하고 있었다.
수영장 바닥을 내려다보니 파란 타일 무늬가 햇살에 어른거린다. 
귀에 들어간 물 바깥에서 아득하게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소리와 시원한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수영장 바닥을 보고 있는데, 생뚱맞게도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냉장고에는 재워 놓은 맥주가 있고,
어디선가 곧 돌아올 동료들이 있고,
나이는 많이 먹었지만 아직 절망할 정도는 아니고,
통장 잔고에도 돈이 조금 남아 있고,
집에 돌아가면 내 공간과 내 사람들이 있는,
그런 4월 초의 어느 오후였기 때문일까.

 

아름다운 날들.

 

 

20070405-0408 / Guam, USA / Fuji FinePix S5500